- 아전인수 퐝아재의 첫 여름휴가 설계 -
올여름은 더 강한 무더위와 더 긴 무더위가 불쾌 지수 경쟁이라도 붙을 태세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선택지 없는 시원한 곳으로 장기 휴가를 가고 싶다. 무더위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매주 1시간 숙제하듯 참석하는 미사는 출석만으로도 기특하게 생각해 주길 바라는 뻔뻔한 마음이라 늘 불량스럽다. 지난 주말도 반쯤 졸린 상태에서 미사를 보다 우연히 성당 소식을 전하는 인쇄물에 ‘생태적 휴가 설계하기’라는 글귀를 보았다. 올해 초 교육청에서 주관한 학교탄소중립 사업에 참여한 후 기후위기에 대한 감수성이 부쩍 높아진 탓에 짧은 문장임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고, 거룩한 미사 시간 내내 색다른 휴가 계획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호기심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소신이 있기에, 이번 여름은 생태적 휴가로 계획을 세워본다. 첫 번째로 장소는 환경, 생태, 기후위기와 관련된 체험, 관람할 곳을 물색해 본다. 생물다양성과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생태공원과 전시관도 좋다. 휴가 일정과 겹친다면 기후위기 대응 촉구 시위도 참여해볼 만하다. 피로를 풀 수 있는 장소를 원한다면 찜질방을 찾아 더워지는 지구를 간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둘째는 이동이다. 고유가 시대에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 기차와 버스를 연결해 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설계한다면,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욕심 가득 채울 수 있는 대형 케리어 가방 대신 부족할 듯한 필수품으로 채운 배낭을 메고 휴가를 떠나본다. 그렇더라도 텀블러는 꼭 챙기자. 요즘은 동네마다 명소 카페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센스 있게 음료는 텀블러에 담아 마셔본다. 넷째는 먹거리이다. 저녁에는 와인과 달콤한 안주를 준비해 본다, 달콤한 안주를 먹으며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꿀벌 기사를 소재로 양봉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거나, 최근 모임에서 들은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에 대한 대처법으로 막걸리냐 소주냐를 심각하게 토론해 본다.
완벽한 생태적 휴가 설계를 마쳤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빨리 올여름 멋진 휴가 설계에 대해서 전했다.
우린 반댈세!
꿀보다 달콤한 호캉스 휴가를 보내고 싶은 여인과 와인보다 짜릿한 워터파크를 선호하는 아들, 두 사람의 휴가 취향은 달라도 본능적으로 휴가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목표 시점까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다 보니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개인 단위의 실천보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국가적 실천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기후위기 극복의 마지막 단계는 개인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지구에서 인간의 삶은 보장받을 수 없다.
휴가를 통해 얻어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기에 한 사람의 고집으로 망칠 수는 없다. 비록 나의 첫 여름휴가 설계는 단칼에 기각이 되었지만, 가장 작은 단위의 가족부터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을 보면 더 큰 단위의 합의가 필요한 탄소중립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더라도 어떤 장소, 어떤 방식의 휴가가 되었던 꺾이지 말자. 호캉스에서 마시는 와인에 육포 대신 기후변화로 비롯된 가격 상승 분노를 안주 삼고, 워터파크에서 청량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힙하게 마시며, 깨끗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의 삶을 원하는 퐝아재의 의지 말이다.
올여름은 더 강한 무더위와 더 긴 무더위가 불쾌 지수 경쟁이라도 붙을 태세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선택지 없는 시원한 곳으로 장기 휴가를 가고 싶다. 무더위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호기심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소신이 있기에, 이번 여름은 생태적 휴가로 계획을 세워본다. 첫 번째로 장소는 환경, 생태, 기후위기와 관련된 체험, 관람할 곳을 물색해 본다. 생물다양성과 환경을 생각할 수 있는 생태공원과 전시관도 좋다. 휴가 일정과 겹친다면 기후위기 대응 촉구 시위도 참여해볼 만하다. 피로를 풀 수 있는 장소를 원한다면 찜질방을 찾아 더워지는 지구를 간접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둘째는 이동이다. 고유가 시대에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 기차와 버스를 연결해 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설계한다면, 시간은 더 걸릴지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욕심 가득 채울 수 있는 대형 케리어 가방 대신 부족할 듯한 필수품으로 채운 배낭을 메고 휴가를 떠나본다. 그렇더라도 텀블러는 꼭 챙기자. 요즘은 동네마다 명소 카페 하나쯤은 있을 것이고, 센스 있게 음료는 텀블러에 담아 마셔본다. 넷째는 먹거리이다. 저녁에는 와인과 달콤한 안주를 준비해 본다, 달콤한 안주를 먹으며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꿀벌 기사를 소재로 양봉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거나, 최근 모임에서 들은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에 대한 대처법으로 막걸리냐 소주냐를 심각하게 토론해 본다.
꿀보다 달콤한 호캉스 휴가를 보내고 싶은 여인과 와인보다 짜릿한 워터파크를 선호하는 아들, 두 사람의 휴가 취향은 달라도 본능적으로 휴가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휴가를 통해 얻어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기에 한 사람의 고집으로 망칠 수는 없다. 비록 나의 첫 여름휴가 설계는 단칼에 기각이 되었지만, 가장 작은 단위의 가족부터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을 보면 더 큰 단위의 합의가 필요한 탄소중립은 오죽하겠는가? 그렇더라도 어떤 장소, 어떤 방식의 휴가가 되었던 꺾이지 말자. 호캉스에서 마시는 와인에 육포 대신 기후변화로 비롯된 가격 상승 분노를 안주 삼고, 워터파크에서 청량음료를 텀블러에 담아 힙하게 마시며, 깨끗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지구의 삶을 원하는 퐝아재의 의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