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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현장에 숨은 정책 찾기

관리자
2022-10-18
조회수 22


연구 현장에 숨은 정책 찾기


‘나 때는 말이야’가 언제부터 ‘라떼’라는 은어로 불리며 꼰대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희화화되었다. 공동체 중심 사회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부족장으로 추대하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지혜로운 답변을 듣기 위해 찾아간다. 부족장은 ‘경험에 비춰보면 말이야’로 현명한 방안을 제시해 준다. 비슷해 보이는 그때의 연륜과 지금의 라떼는 무엇이 다르기에 존경받는 어른에서 비아냥의 대상인 꼰대가 된 것일까?


사실 두 단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연륜은 시간의 흐름이 함께 하며, 경험의 범위도 점차 넓어지면서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진화를 거듭한다. 반대로 라떼는 과거 어느 시점과 상황에 머물러 그때를 소환해서 강요한다.


과학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연구자들의 의견수렴 행사들이 수시로 열린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연륜과 지식이 많은 발제자와 패널로 구성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고, 방청객의 질문과 의견을 듣는 형태이다.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현명한 대안과 방향이 제시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행사를 지켜보며 애매한 라떼의 모습을 떠올린다.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참석자들의 의견수렴 행사임에도 라떼에서 느껴진 거리감과 불편함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장'이 빠진 의견 수렴 방식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연구 현장 모습 스케치하기


연구 현장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중 수치화된 통계자료가 편리하면서도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통계자료가 현상을 파악하기에 좋은 자료이지만,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료는 매우 일부분이다. 그래서 통계자료가 필요한 경우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다. 다소 거칠고 대략적일 수 있지만 광범위한 연구 현장의 모습과 연구자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설문 기획만큼은 관료나 설문 대행사가 아닌 연구 환경을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가 설계하고 현장 연구자들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현실감 없는 엉뚱한 질문들로 구성된다거나, 방향을 정한 선택지로 설계된다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연구 현장 목소리 채색하기


설문조사가 광범위한 의견을 통계적으로 담는 형태라면,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토론은 의견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공청회, 포럼과 같은 의견수렴 형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현장 연구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면 토론 방식을 변경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에 비추어 효과적인 토론 방식을 추천하자면, 지자체에서 시민들의 정책수렴을 위해 자주 사용되고 있는 타운홀미팅* 방식이다. 미국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온 방식이라 효과도 충분히 인증받고 있다. 참석자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최대한 많은 발언권을 공평하게 줄 수 있으며, 토론 방식이 흥미로워 참석자가 어렵지 않게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또한 기존 정책을 다양한 시각에서 오류를 집어낼 수 있고, 정책 수요자들을 직접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정책 결정에 본인이 참여했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 설문조사와 달리 타운홀미팅은 현장 연구자뿐만 아니라 시민, 정치인, 관료 등 토론 참여자의 범위도 넓다.


오피니언 그림 완성하기


앞서 언급된 두 형태보다 더 좋은 의견 수렴방식이 있다. 설문조사와 타운홀미팅을 연계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이다. 설문조사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계적으로 살펴보고 토론의 핵심 주제를 구체화한다. 구체화된 주제들은 타운홀미팅 토론을 통해 여러 시각에서 살펴본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제안을 만든다. 설문조사는 현장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구도를 짜고, 스케치하는 작업이라면, 타운홀미팅은 더 선명한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채색하고 그림을 완성하는 작업에 비유될 수 있다. 완성된 그림은 가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과 전시를 기획하고 상품화시킨다. 이것이 정책 입안자의 역할이다. 다만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방식은 매우 귀찮고 피곤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공감도 높은 정책 찾기


정책의 공감도는 나와 연관성을 가질 때 높아진다. 나는 오랜 기간 익명의 과학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온라인에 올려진 거칠지만 생생한 연구자들의 고민이 담긴 글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 중에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도 많았다. 과학기술 정책 의견들이 모두 거대 담론을 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연구 현장에 소소한 애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정책 또한 필요하다. 공감도 높은 정책은 현장에서 불편을 체감할 수 있는 디테일에 숨어있을지 모른다. 현재의 의견 수렴 방식이 라떼를 소환하거나 강요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연구자에게 필요한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 현장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앞서 소개한 하이브리드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보면 어떨까?


*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타운_홀_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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