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통(通) 4색(色) 생활인 과학자 커뮤니티
2005년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불렸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기억하는가?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국가과학자가 어느 순간 모두를 기만한 사기꾼으로 몰락해버린 사건. 그 전말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자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제보자,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압력에 굴하지 않은 MBC PD수첩,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의 소장 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점을 찾아낸 브릭 커뮤니티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앞서 언급한 논문 조작 사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자들의 커뮤니티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건 당시 브릭 커뮤니티를 담당했던 탓에 20년 넘게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 경험이 과학 커뮤니티를 좀 더 깊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과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전문적인 학술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는 커뮤니티가 있다. 주로 특정 연구 분야에 오랜기간 숙련과정을 거친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한 소통의 공간이다. 두 번째로 대중과 소통하는 커뮤니티로 과학자와 대중 간의 직접적인 소통도 있지만, 주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대중과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세 번째로 대학원생과 같은 예비 과학자와 직업으로 연구자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진로, 직업, 환경, 정책, 문화 등 생활인으로서 정보 교류와 소통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이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으면서 조금씩 성격이 다른 4곳을 소개한다.
과학정책 중심 커뮤니티 ‘사이엔지’(scieng.net)
사이엔지는 science+engineering+network를 조합하여 만든 과학기술인 모임으로 2002년 커뮤니티가 개설되었다. 주로 과학기술인의 권익 보호와 증진 중심으로 과학 현장의 애로점을 바탕으로 정제된 의견 개진과 토론 공간이 장점이다.
반면, 의미 있는 제안이나 토론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연결장치가 약하다는 점이 있다. 또한 커뮤니티 외에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생물학 중심의 커뮤니티 ‘브릭’(ibric.org)
생물학 연구정보 제공을 위해 1996년 웹서비스를 시작한 브릭은 소리마당이란 타이틀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연구자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나누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밝히는 토론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과학과 연관된 굵직한 사건 때마다 익명의 현장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토론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오피니언, 진로, 학술 등으로 세분화시켜 운영되고 있으며, 생물학 관련 종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이지만 과학 전반에 대한 의견 개진과 소통의 공간으로도 오랜기간 활용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운영 측면에서 다양한 기획과 새로운 시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커뮤니티가 고착화되고 있다.
취업·유학 중심의 커뮤니티 ‘하이브레인넷’(hibrain.net)
하이브레인넷은 2004년 연구인력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시작해 브레인카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직업군 중심의 교수, 연구원, 강사 등의 직업, 취업, 유학 중심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처우 관련 의견 개진과 토론이 활발한 편이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고자 학술, 논문 등의 연구 활동 분야 커뮤니티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폭넓은 분야를 고려한다면 전공 분야와 무관한 보편적인 주제의 소통도 있겠지만, 전공에 따른 세부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 공간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에게는 부족함이 있다.
대학원 생활 중심 커뮤니티 ‘김박사넷’(phdkim.net)
김박사넷은 2018년 이공계 중심으로 대학원 진학 시 지도교수와 연구실 선택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연구실과 교수들의 평가를 공개하고 있어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공개된 교수 평가 점수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법적 다툼이 있었고, 무혐의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소개한 커뮤니티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으로, 진로 중심의 소통 공간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확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커뮤니티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문성을 가진 관리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커뮤니티 운영관리가 필수적이다. 운영 재원 마련이 필요한 김박사넷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시도 중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민간 주도의 다채로운 과학 커뮤니티를 꿈꾸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진 생활인 과학자 커뮤니티를 소개하였다. 다채로운 음식 메뉴는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 과학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도 과학자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통의 공간이 다채로워졌으면 한다. 다만 경험상 정부가 직접 나서서 커뮤니티를 구축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를 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현장 과학자들이 필요하고 요구하는 방향과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 "김박사넷,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냐"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2019.09)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1394
4통(通) 4색(色) 생활인 과학자 커뮤니티
2005년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불렸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기억하는가? 인간의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국가과학자가 어느 순간 모두를 기만한 사기꾼으로 몰락해버린 사건. 그 전말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자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제보자,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압력에 굴하지 않은 MBC PD수첩,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의 소장 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점을 찾아낸 브릭 커뮤니티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앞서 언급한 논문 조작 사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자들의 커뮤니티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건 당시 브릭 커뮤니티를 담당했던 탓에 20년 넘게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 경험이 과학 커뮤니티를 좀 더 깊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과학을 매개로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전문적인 학술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는 커뮤니티가 있다. 주로 특정 연구 분야에 오랜기간 숙련과정을 거친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하기 위한 소통의 공간이다. 두 번째로 대중과 소통하는 커뮤니티로 과학자와 대중 간의 직접적인 소통도 있지만, 주로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대중과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세 번째로 대학원생과 같은 예비 과학자와 직업으로 연구자의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진로, 직업, 환경, 정책, 문화 등 생활인으로서 정보 교류와 소통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이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으면서 조금씩 성격이 다른 4곳을 소개한다.
과학정책 중심 커뮤니티 ‘사이엔지’(scieng.net)
사이엔지는 science+engineering+network를 조합하여 만든 과학기술인 모임으로 2002년 커뮤니티가 개설되었다. 주로 과학기술인의 권익 보호와 증진 중심으로 과학 현장의 애로점을 바탕으로 정제된 의견 개진과 토론 공간이 장점이다.
반면, 의미 있는 제안이나 토론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연결장치가 약하다는 점이 있다. 또한 커뮤니티 외에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생물학 중심의 커뮤니티 ‘브릭’(ibric.org)
생물학 연구정보 제공을 위해 1996년 웹서비스를 시작한 브릭은 소리마당이란 타이틀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연구자의 생활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나누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밝히는 토론 공간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과학과 연관된 굵직한 사건 때마다 익명의 현장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토론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오피니언, 진로, 학술 등으로 세분화시켜 운영되고 있으며, 생물학 관련 종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이지만 과학 전반에 대한 의견 개진과 소통의 공간으로도 오랜기간 활용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운영 측면에서 다양한 기획과 새로운 시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커뮤니티가 고착화되고 있다.
취업·유학 중심의 커뮤니티 ‘하이브레인넷’(hibrain.net)
하이브레인넷은 2004년 연구인력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로 시작해 브레인카페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직업군 중심의 교수, 연구원, 강사 등의 직업, 취업, 유학 중심의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처우 관련 의견 개진과 토론이 활발한 편이다. 이런 한계를 벗어나고자 학술, 논문 등의 연구 활동 분야 커뮤니티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의 폭넓은 분야를 고려한다면 전공 분야와 무관한 보편적인 주제의 소통도 있겠지만, 전공에 따른 세부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 공간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에게는 부족함이 있다.
대학원 생활 중심 커뮤니티 ‘김박사넷’(phdkim.net)
김박사넷은 2018년 이공계 중심으로 대학원 진학 시 지도교수와 연구실 선택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연구실과 교수들의 평가를 공개하고 있어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공개된 교수 평가 점수가 명예훼손이 된다는 법적 다툼이 있었고, 무혐의 판결*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소개한 커뮤니티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으로, 진로 중심의 소통 공간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확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커뮤니티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전문성을 가진 관리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커뮤니티 운영관리가 필수적이다. 운영 재원 마련이 필요한 김박사넷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시도 중이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다.
민간 주도의 다채로운 과학 커뮤니티를 꿈꾸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징을 가진 생활인 과학자 커뮤니티를 소개하였다. 다채로운 음식 메뉴는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 과학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도 과학자들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통의 공간이 다채로워졌으면 한다. 다만 경험상 정부가 직접 나서서 커뮤니티를 구축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를 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현장 과학자들이 필요하고 요구하는 방향과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법원 "김박사넷,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위반 아냐" (동아사이언스, 윤신영, 2019.09)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1394